조선의 절대군주 숙종, 그리고 그의 무릎 위 황금빛 반려묘 금손이
환국정치를 통해 신하들을 쥐락펴락하며 조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절대군주 숙종. 그의 서슬 퍼런 분노가 가득 찬 어두운 편전 안, 용상 위에는 어울리지 않는 기묘하고도 따뜻한 풍경이 존재했습니다. 노기등등한 왕의 무릎 위에서 어둠을 뚫고 번뜩이던 노란 눈동자의 주인공은 바로 숙종이 그토록 아꼈던 반려묘 ‘금손이’였습니다. 궁궐을 뒤흔들던 군주의 분노조차 이 작은 생명 앞에서는 눈 녹듯 사라지곤 했습니다.
왕의 손으로 직접 먹이를 받아먹던 특별한 존재, 금손이
금손이는 온몸이 황금빛 털로 뒤덮인 아름다운 고양이였습니다. 숙종의 금손이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못해 파격적이었습니다. 정사를 돌볼 때도 늘 곁에 두었으며, 심지어 수라상에 올린 고기반찬을 왕이 직접 손으로 찢어 금손이의 입에 넣어주곤 했습니다. 신하들의 수많은 눈총과 상소 속에서도 숙종은 금손이를 품에서 놓지 않았고, 고양이는 왕의 거친 숨결과 고독한 내면을 가장 가까이에서 위로해 준 유일한 동반자였습니다.
주인을 잃은 슬픔, 천둥 번개 속에 울려 퍼진 고양이의 곡소리
영원할 것만 같던 그들의 인연은 1720년, 숙종의 갑작스러운 승하로 비극적인 파국을 맞이하게 됩니다. 절대적이었던 주인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자, 궁궐의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습니다. 주인의 죽음을 직감한 듯 금손이는 비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치는 밤마다 궁궐 구석구석을 헤매며 슬피 울부짖었습니다. 그 구슬픈 울음소리는 마치 상주가 곡을 하는 듯하여 궁궐 내 모든 이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뼈만 남은 마지막 모습, 중전의 오열 속에서 감은 눈
금손이는 숙종이 세상을 떠난 날부터 그 어떤 음식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왕비였던 인원왕후가 눈물을 흘리며 직접 미음을 쑤어 먹이려 애썼으나, 금손이는 슬픔에 겨워 끝내 이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주인이 떠난 지 불과 몇 주 만에, 금손이는 피골이 상접한 채 인원왕후의 품 안에서 가픈 숨을 몰아쉬며 쓰러졌습니다. 왕후는 가련한 고양이를 안고 오열했고, 금손이는 그렇게 왕의 뒤를 따라 먼 길을 떠났습니다.
명릉(明陵)에 잠든 영원한 인연, 조선을 뒤흔든 아름다운 사랑
인원왕후는 금손이의 죽음을 슬퍼하며 “비록 미물이나 사람보다 나은 충성심을 가졌다” 하여, 숙종이 잠든 명릉(明陵)의 길목에 금손이를 묻어주도록 명했습니다. 차갑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오늘날의 명릉 전경 위로, 여전히 주인의 무덤 곁을 지키고 서 있는 듯한 고양이의 쓸쓸한 실루엣이 겹쳐 보입니다. 신분을 초월하여 영혼의 교감을 나누었던 숙종과 금손이의 이야기는, 시대를 뛰어넘어 진정한 동반자적 사랑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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