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기 동북아를 호령한 해동성국의 심장, 홀한성
10세기 동북아시아의 광활한 대륙을 무대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제국이 있었습니다. ‘바다 동쪽의 번성한 나라’라는 뜻의 ‘해동성국(海東盛國)’이라 불렸던 발해입니다. 고구려의 기상을 이어받아 건국된 대발해는 상경용천부의 도성인 ‘홀한성’을 영원한 도읍으로 삼고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웠습니다. 홀한성은 단순한 행정의 중심지를 넘어, 대륙을 지배하던 발해의 위상과 영광이 집약된 제국의 심장부였습니다.
계획도시 홀한성의 번영과 독창적 문명
당나라의 수도 장안성을 모델로 삼아 건설된 홀한성은 고도의 정교함을 갖춘 철저한 계획도시였습니다. 도성의 중심을 관통하는 넓은 주작대로를 기준으로 좌우가 대칭되는 구조를 자랑했습니다. 이 거대한 도성에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상인들과 외교관들이 모여들어 매일 축제와 같은 번영을 누렸습니다. 특히 발해인들은 혹독한 북방의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방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독창적인 ‘온돌’ 문화를 발전시켰는데, 이는 이들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고유하고 따뜻한 삶의 지혜를 유지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허망한 몰락: 보름 만에 무너진 거대 제국
영원할 것 같던 제국의 번영 뒤편으로 거란족이라는 북방의 신흥 강자가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발해 내부의 분열과 내분이 극에 달한 틈을 타 거란은 홀한성을 단숨에 무너뜨리기 위해 급습을 감행했습니다. 적들이 도성 코앞까지 밀려오자 발해는 모든 군사를 소집해 성을 사수하며 고구려 후예의 기상으로 맞서 싸웠으나, 안타깝게도 단 보름 만에 성문이 열리고 말았습니다. 서기 926년, 건국 228년 만에 찬란했던 제국은 허망하게 역사 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지워진 흔적과 백두산 대폭발의 미스터리
나라를 정복한 거란은 발해라는 이름이 이 땅에서 다시는 기억되지 못하도록 홀한성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흔적을 지워버렸습니다. 고향을 잃은 발해인들은 먼 땅으로 강제 이주당했고, 남겨진 도성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 울창한 숲과 흙더미 속에 완전히 파묻혔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시기 발생한 백두산의 대폭발이 뿜어낸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이 거대한 제국의 흔적을 완전히 덮어버려 홀한성이 역사 속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만든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천년의 침묵을 깨고 드러난 고구려의 숨결
그렇게 천년의 시간이 흐른 후, 고고학자들의 삽 끝에서 마침내 흙 속에 잠들어 있던 홀한성의 거대한 흔적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발굴 조사를 통해 드러난 홀한성의 규모는 당대 세계 최대 수준이었으며, 발해가 얼마나 고도의 문명을 지녔었는지를 증명해 주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출토된 기와 문양은 고구려의 연꽃무늬 기와와 완전히 일치하여,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한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임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결정적인 열쇠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찬란한 역사
비록 대륙을 호령하던 제국의 영토는 사라졌을지언정, 고구려의 기상을 이어받아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발해의 정신은 지워지지 않는 역사가 되어 오늘날까지 흐르고 있습니다. 천년의 세월을 뚫고 드러난 홀한성의 흔적은 단순한 고대의 폐허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지켜나가야 할 대륙 위 찬란했던 우리 민족의 위대한 역사적 이정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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